1949 4 15, 진해 덕산 비행장에서 신현준 사령관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교육훈련 방침을 제시하였다.
 

첫째, 해병대는 일치단결하여 유사시를 대비하여 교육훈련에 정진하자.

둘째, 백성들에게는 양이 되고, 적군에게는 사자가 되자.

셋째,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자유를 수호하는 역사를 창조하자.

해병대가 맡은 첫 임무인 진주 게릴라 소탕작전은
위의 선견지명이 그대로 들어맞게 된 계기였다.
게릴라 소탕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이다.
마오쩌둥은 일찍이 게릴라 부대는 물 속의 물고기 같다.’라고 했는데,
이는 주민들을 게릴라의 영향력으로부터 떼어놓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창설일부터 백성들에게는 양이 되도록 교육방침을 받은 해병대가
그런 첫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저녁 무렵에 진주에 도착했는데, 진주의 명소를 둘러보기엔 늦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빨리 둘러볼 수 있는 곳을 지도에서 찾았고,
시내 안에 있는 진주교대가 눈에 들어왔다.
진주사범학교는 게릴라 소탕작전을 맡은 김성은 부대가 본부를 두고 주둔했던 곳이다.
게릴라가 인근 산을 근거지로 하면서 진주를 습격할 것이었기 때문에
시내에서 경비 임무를 주로 맡아야 했다.
당시 진주 시민들은 공산주의 추종세력의 폭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과잉진압, 반공운동가들의 보복으로 인해 2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애민정신이 투철한 해병대는 백성 없이는 군대도 없다.’는 표어 아래
진주 주민들의 민심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추수기에 부대외출을 금지하면서까지 병력을 보내 농민들의 바쁜 일손을 도왔고,
순회강연, 반공영화 상영 등을 통해 게릴라에 대한 경계심 고취는 물론
해병대의 신뢰를 높이고자 애썼다.



1949년의 진주 사범학교


나는 진주교대 교정에서 사진 속 건물이 현재 남아있는지 찾아보았지만,
학교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그 당시 건물들은 전부 없어졌다고 한다.
학군단 건물이 비슷해 보여서 사진 한 장만 찍은 채, 진주교대를 나서야 했다.
하지만 정문에서 교육탑으로 이어지는 도로나 주차장 주변이 모두
선배님들께서 첫 임무를 준비했던 곳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전에 한번도 와 본적 없는 곳이었지만,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졌다.


진주교대 교정


진주교대 학군단 건물


날이 완전히 저물고 배가 고파왔다.
나는 진주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지인의 추천에 따라
육회비빔밥을 먹으러 J식당에 갔다.
옛날에는 전주비빔밥보다 더 알아주고 유명했다고 하는데,
널리 상품화하지 않은 탓에 외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한다.
지인의 추천대로 육회비빔밥은 정말 맛있었다.
곱빼기를 시킬 걸 하는 후회가 들 정도였다.
작은 사발에 선지해장국도 나오는데, 그 국물 맛도 일품이었다.


육회비빔밥... 아 군침..ㅎㅎ


슥슥 비벼서 한숟갈ㅎㅎ


시원한 선지국

지금 여행기를 쓰며 사진을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침이 조금씩 고이는 것 같다.ㅎㅎ
사실 곱빼기를 시켜도 말끔히 비울 정도로 배가 고팠지만,
일부러 곱빼기를 시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인이 육회비빔밥보다 더 열을 올려가며 강추한
빵집에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빵집은 중앙시장에서 진주시민 아무에게나 물어도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다.
팥으로 승부하는 이곳은 진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예전에 간첩이 잡혀가면서 이 집 빵이 그렇게 맛있었다는 말을 했을 정도.
이 날 후식까지 아주 맛있게 먹어서인지,
찜질방에서 잘 때, 군것질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ㅎㅎ


                                     팥을 듬뿍 얹어주는 찐빵



                         찐빵 안에는 팥이 그리 많이 않아도 된다.ㅎ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진주성으로 향했다.
임진왜란 때, 김시민 장군이 왜군을 대파하였고,
논개가 왜장을 안고 남강으로 뛰어내린 곳이기도 하다.
이 유서 깊은 진주성은 진주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데,
마치 서울을 작게 축소시켜 놓은 것과 같다.
시내 한가운데에 남강이 흐르며, 그 위로 다리들이 놓여져 있고,
도시 한가운데에 옛 성터가 있다.
진주시를 여행하면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처럼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
내가 서울에서 만났던 외국인들도
이처럼 과거와 현대가 함께 공존하는 풍경에 열광하곤 했다.
진주시는 분명 외국인들이 한눈에 반할만한 전통과 멋을 간직하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 몇 대째 내려오는 식당들도 괜히 많은 것이 아니었다.


                                              진주성 입구


                   도심 속 성터, 그 아래 논개가 몸을 던진 의암이 있다.

진주시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 예찬을 하다 보니,
내 본래 임무를 잠시 잊고 있었다.ㅎㅎ
사실 내가 이 진주성에 온 이유는 해병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진주에 주둔하며 선배님들께서 망중한을 즐기는 사진이 있는데,
그 곳이 촉석루 아래 의암이다.
내가 진주성을 관람할 때는 9시 이전이라,
아직 성내의 모든 문을 다 개방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의암까지 내려갈 순 없었다.
하지만 남강에서 수영을 하며 망중한을 즐기던 선배님들을 떠올리면서
멀리서나마 풍경을 담아두었다.


                    진주 주둔 때, 의암에서 망중한을 즐기던 선배님들


해병대와 관련된 진주성 안의 두 번째 명소는 북장대이다.
진주에서 첫 임무를 수행하고, 토벌 기념사진을 이곳에서 찍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념사진 속 건물이 촉석루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촉석루가 아니라 북장대이다.
북장대는 임진왜란 때, 병사들을 지휘하던 곳으로 지금의 지휘통제실 같은 곳이다.
아마도 해병대 선배님들이 임진왜란 때 왜구를 격파한 김시민 장군을 떠올리며
이곳에서 작전성공 기념촬영을 했던 것 같다.

                                         공비 토벌 작전성공을 기념한 사진


                                                    현재 북장대의 모습


시내로 나와 당시 게릴라가 습격했던 재판소나 경찰서를 가 보고 싶었지만,
그 건물들은 지금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해병대와 관련된 장소들은 모두 돌았으므로 진주의 일반 관광명소를 둘러보았다.
진양호, 동물원을 보고 소싸움 경기장까지 둘러보았는데,
진주는 정말 꼭 한번 와 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가?ㅎㅎ
내 고향 제천에도 아름다운 청풍호가 있지만,
진양호처럼 평화로운 풍경을 제대로 연출하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해마다 댐이 조절하는 물의 양이 많아서 수심이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박시설이 생기기 어렵다.
하지만 진양호는 강의 하류에 있어서 그런지 수심 변화폭이 크지 않아
정박시설은 물론 예쁜 요트도 아주 많았다.
마치 유럽 호수의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평화로운 진양호의 풍경


                                          진양호와 댐 전경


                    진양호의 경치와 어우러져 지중해를 연상케 하는 전망대


             사진찍기 위해 유인하던 내 티켓을 뺏은 원숭이. 정말 재빨랐다..ㅎㅎ
                        그라믄 안돼~~ 사진사 티켓 뺏고 그래선 안돼~!!


진양호를 구경하고 내려와 바로 근처에 있는 소싸움 경기장에도 꼭 들러보아야 한다.
여행에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좋은 풍경, 좋은 먹거리를 즐기는 것으로는 2% 부족하다.
평소 축구광인 나는 여행할 때 축구경기 관람 없이
명소만 돌아보는 것을 매우 지루해하는데, 이 날만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소싸움을 보면서 작은 콜로세움에 온 것 같은 희열을 느꼈기 때문이다.

                                         소싸움 경기장 입구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가 검투사로 다시 태어나던 그 경기장과 비슷하다.


           왼쪽 정촌이와 오른쪽 김삿갓의 대결. 근성있는 정촌이가 이겼다.ㅎㅎ 


                                          소싸움 깃발


나는 저 글씨를 보고 한참 고민했다.
우주? 우주가 뭐지? 내가 생각하는 그 우주공간 맞나?
조심스레 여쭈어봤다가 괜히 웃음거리만 되었다.;;ㅎㅎ
'소 주인'이란 뜻이다...;;;ㅎㅎㅎ


진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한동안 나는 친구들에게 진주자랑을 늘어놓았다.
특히 해병대 후임들에게 꼭 한번 여행 가 볼만한 곳이라고 강력 추천했다.
해병대가 첫 임무를 맡았던 상징적인 도시이기도 하지만,
그 첫 임무와 관련된 유적지를 떠나서 굉장히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아름다운 도시를 위해 우리 해병대 선임들이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뿌듯했다.

다음 상륙할 곳은 외부에 잘 알려진 한국의 대표 관광명소, 제주도이다.
하지만 이곳의 해병대와 관련된 이야기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해병대가 진주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자,
이번엔 제주도 공비토벌의 임무를 맡게 되었는데,
진주에서보다 훨씬 난감한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어려운 임무를 헤쳐나가며 해병대는 1개 연대규모의 병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는 후일 미 해병대와 인천상륙작전을 수행할 기반이 된다.
대한민국 해병대가 진해에서 태어났다면, 본격적으로 성장한 곳은 바로 제주도.
그저 관광명소로만 알고 다녔던 나는
전과 다른 각오와 기대감으로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Posted by 날아라마린보이 완소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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