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병대 첫 임무, 진주 공비토벌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민심과 함께하며 탁월한 게릴라 소탕 능력이 검증된 해병대는 이후 4.3사태가 일어난 제주도로 급파된다.

 

제주도의 게릴라들은 이미 4.3사태 수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었다. 광복 이후 3년 동안의 정치적 혼란기에는 여러 차례 행정기관을 습격하며 치안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었다. 당시 제주도에 파견되어 있던 500명의 경찰관과 1개 보병대대는 산발적 습격을 막기에도 벅찼다. 결국 게릴라들은 5.10 총선거를 방해하고 제주도를 공산주의 세력 확산의 근거지를 만들려는 계획으로 제주도 내 15개 경찰지서 가운데 14개를 기습하여 방화하고 민가를 습격하여 학살을 일삼기 시작했다. 이후 증편된 병력으로 소탕작전을 한 결과 공비의 수는 크게 줄어 있었지만, 100여명의 잔존 세력들이 여전히 치안을 위협하고 있었다.

 - 제주도에서 작전을 위해 출동하는 해병대 -

 

해병대는 이 제주 경비 임무를 넘겨 받았는데, 진주 게릴라 소탕작전과 마찬가지로 민심수습이 가장 큰 과제였다. 공산주의자들의 무차별 폭동은 물론 군과 경찰, 서북청년단 등의 반공단체가 과잉진압을 한 탓에 제주도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제주도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3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제주도 전체가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이를 수습하려면 진주에서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 공비토벌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


 

나는 비행기 안에서 위와 같은 4.3 사태와 관련된 역사 자료를 읽으며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제주도는 내게 수학여행의 추억만 가득한 곳이었지 이런 비극적인 역사가 있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배운 4.3사태가 단순한 공산 세력의 반란인 줄로만 알았지, 대규모 군 병력까지 동원될 만큼 이념대립이 심각했던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제주도가 부산 못지않게 6.25 전세역전의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미 해병대와 함께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기 위해서는 연대 규모의 병력이 필요했다. 당시 제주도에서 게릴라를 소탕하던 해병대는 3 4기 해병대원들을 제주도에서 급히 모집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6.25 전세역전의 결정적 작전에 참여한 한국군이 제주도에서 모집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해병대 창설부터 6.25 당시 구국의 과제를 떠안기까지 매우 드라마틱한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여수 순천 반란사건을 계기로 해병대가 창설되고, 첫 임무 역시 진주 게릴라 소탕작전을 맡았다. 그 때문에 제주도 공비토벌작전도 맡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인천상륙작전의 기반이 된 3 4기 해병들을 모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치 누군가가 나라의 위기를 내다보고 만들어놓은 것처럼 해병대는 미리부터 준비되어 있었다.

- 해병대 3기 4기 전우회 -

 

나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제주시의 해병대 3 4기 전우회를 찾았다. 실제 전쟁에 참여하셨던 선임들의 말씀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무실 안에 들어서 우렁차게 경례하는 나를 선임들께서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나는 얼마 동안 그 자리에서 얼어있었던 것 같다. 사실 감이 잘 오지 않았다. 실무에 처음 이등병으로 들어갔을 때, 996기 선임이 너랑 나랑 몇 기수 차이니?’하고 물었던 게 생각났다. 그 당시에도 까마득한 느낌이 들면서 몸이 얼어붙었었는데, 지금 내 앞의 이분들과는 도대체 몇 기수 차이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 단순한 숫자계산을 할 수 없을 만큼 머릿속이 하얘졌다.

- 참전이야기를 들려주시는 해병 4기 김동학 해병님 -



 긴장한 나를 다독여주시며 선임들은 옛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까마득한 옛 일의 연도와 날짜까지 정확하게 짚어가며 설명을 시작하셨다. 세 분께서 서로에게 부족한 설명을 덧붙여주며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정말 역사책에서나 읽을 수 있는 역사이자 전설 같은 이야기였다. 특히 세 분 중 나이가 한 살 더 어린 박영찬 해병님은 당시 징집대상도 아니었다. UN이 정한 국제협정에 따르면 만16세 이상이 징집대상이었지만, 박영찬 해병님은 나이를 속이고 자원 입대했다. 경기관총 사수로 근무하며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해 6.25때 해병대가 수행한 거의 대부분 작전에 모두 참가하셨다고 한다. 현재 군복무 기피현상도 있는데, 정말 존경스러운 일을 하셨다고 말씀 드리자, 손을 저으시며 말씀하셨다.

 

그 땐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제주도민이 그런 마음으로 자원 입대했다. 우리 동기인 김진부씨는 키가 작아 불합격 통지를 받았는데, 혈서까지 써가며 재지원하여 해병이 되었다.”

 

참 숙연해지는 말씀이었다. 그런 내게 박영찬 해병님은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셨다.

 

우리가 인천상륙작전을 하면서 미 해병대원들과 아주 친해졌었지. 미 해병들은 우리와 달리 보급수준이 아주 좋았어. 군복이나, 음식이나 모두. 그래서 늘 부러워했는데, 어느 날 한 미 해병이 나보고 자신의 최신 M-1 소총과 내 99식 소총을 바꾸자는 거야. 나야 좋긴 한데, 하도 궁금해서 왜 구식이랑 바꾸려 하냐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설명해주더라고. 최신 M-1 소총은 미국에 가지고 돌아가면 반납해야 하지만, 99식 소총은 엽총허가를 받아서 가지고 나갈 수 있다는 거야. 전쟁에 참여한 증거품으로 총 만한게 어딨겠어. 자기도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거지.”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역시 짜세를 추구하는 것에는 국경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선임들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기념사진을 찍어도 괜찮은지 여쭈어보았다. 선임들께서는 흔쾌히 허락하셨고, 전우회 깃발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내가 좋아하는 소녀시대와 기념사진 찍은 것 보다도 훨씬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이제 다음 행선지로는 1950년 당시 대한민국 해병대의 발자취를 따라 제주도를 여행할 것이다. 책에 나와있는 사진 속 장소와 지명에 대해 전우회 선임들이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금방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임들께 경례로 인사드리고 사무실을 나서는데, 나도 모르게 처음보다 더 큰 경례소리가 나왔다.

 

참전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 기합이 들었나 보다.
 



 
 
Posted by 날아라마린보이 완소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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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4.02.13 00:02 신고

    4기선배님ㅎㅎ정말대단하신거같아용ㅎㅎ

  3. 2014.02.16 00:33 신고

    4...기?!?? 정말..전설이네요!

  4. 2014.05.08 10:24 신고

    우와..4기... ... 우와 진짜 우와...

  5. 2014.05.09 23:46 신고

    우와 4기.... 레전드네요... 살아있는 전설!

  6. 2014.05.19 03:02 신고

    4기면 1184기와 진짜 멀게 느껴지네요ㅎㅎ 대단하신거같아요ㅎㅎ

  7. 2014.08.02 17:16 신고

    우와4기ㅎㅎㅎ

  8. 2014.08.05 15:52 신고

    지금 4자리 수 기수 훈련병이 입대를 하고 있는데 4기라고 하면 정말 전설이시네요!

  9. 2014.08.11 09:23 신고

    ..4기 멋져여

  10. 2014.08.11 09:23 신고

    ..4기 멋져여

  11. 2014.08.11 09:23 신고

    ..4기 멋져여

  12. 2014.10.24 15:45 신고

    전설의 4기.. 1189 기와는 차원이 다르네요.. 그만큼 많은 일을 겪으신 분들이겠죠! 그분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있듯이요!

  13. 2014.12.23 21:55 신고

    저희 주위에 해병대 4기 전설님이 계세요
    저에게 시누이가 잇는데 그시누이의 시아버지께서
    해병대 4기라고 하셨어요
    지금도 건강히 계신답니다

  14. 2014.12.23 21:57 신고

    우리 아들이 해병대 지원했다고 하니
    당신도 해병대라 하시며 4기라고 하셨답니다
    그래서 저희가 담에는 찾아뵌다고 했어요
    전설이라고 하면서..

  15. 2014.12.23 21:59 신고

    진짜 사나이 에서 천정명이가 다시 입대 했을때
    조교의 조상이라고 자막이 떴듯이
    저희 사돈 어르신이
    바로 해병대의 조상님 이신것 맞지요

  16. 2014.12.23 22:01 신고

    아들의 첫 휴가때는 해병대의 조상님을 뵈는 것으로 했답니다
    입소 전부터..
    하늘 같은 선배님이시니
    넘 신기 하더라구요

  17. 2015.01.25 16:03 신고

    4기시면... 정말 하늘 같은 선배님이시네요ㅜㅜ 저희꾸나는 1193기인데 .. 얼마나 차이나는것인지..
    그래도 그역사를 따라가고 그길을 다시밟을 우리 꾸나에게 응원해주세요!! ㅎㅎ
    해병은 태어나는것이아니라 만들어지는것이다!!! 모든 해병의 가족분들 힘내세요~!!!

  18. 2015.01.27 06:53 신고

    4기시면... 정말 하늘 같은 선배님이시네요ㅜㅜ 저희꾸나는 1193기인데 .. 얼마나 차이나는것인지..
    그래도 그역사를 따라가고 그길을 다시밟을 우리 꾸나에게 응원해주세요!! ㅎㅎ
    해병은 태어나는것이아니라 만들어지는것이다!!! 모든 해병의 가족분들 힘내세요~!!!

  19. 2015.02.14 00:36 신고

    와...4기.......정말 엄두도 안날만큼 높으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해병대도 있는거겠죠 저희 군화도 자랑스러워집니다ㅎㅎ

  20. 2015.02.14 00:36 신고

    와...4기.......정말 엄두도 안날만큼 높으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해병대도 있는거겠죠 저희 군화도 자랑스러워집니다ㅎㅎ

  21. 2015.02.14 04:51 신고

    무적해병@귀신잡는해병!
    그대들이 있어 자랑스럽고 감사합니다!
    멋있습니다!ㅎㅎ 모두들 화이팅!!